-토종 기업이 선점한 베트남 커피 시장

-인스턴트 커피에서 돌파구를 찾아야할 때

다들 베트남 커피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가끔 국내 프랜차이츠 카페 메뉴에서도 ‘베트남 연유 라떼’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베트남은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이자 수출국인만큼 커피 문화가 매우 발달한 나라입니다. 또한 국민 소득 증가의 여파로 1인당 커피 소비량이 10년 사이 3배 가까이 늘면서 프랜차이즈 커피숍도 활발히 생겨나고 있습니다. 베트남 커피는 일반커피와 어떻게 다르고, 또 베트남에선 어떤 커피숍이 인기 많은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오늘은 베트남 커피 시장에 대해 알아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분석해 볼까 합니다 :)

해외커피 브랜드의 무덤, 베트남

사실 해외 브랜드가 베트남 커피 시장에 진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과거에도 여러 기업들이 호기롭게 베트남에 진출했지만, 결국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철수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국내 커피 브랜드인 카페베네는 2014년부터 베트남 사업을 시작했지만 현재 한 개의 지점만 빼고 모두 철수한 상황이고, 할리스 커피의 경우에도 베트남 진출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다국적 기업들은 어떠할까요? 전세계 커피 브랜드 6위에 이르는 글로리아 진은 2017년 4월 베트남에서 완전 철수하였고, 전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스타벅스 역시 자국 기업에 밀려 크게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습니다.이렇게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번번히 고배를 마시고 있으니, 베트남에 ‘해외 커피 브랜드의 무덤’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도 알 것 같네요.

베트남 사람들은 스타벅스 대신 ‘이 곳’으로 향한다!

스타벅스는 기세를 펼치지 못하고 있지만, ‘베트남의 스타벅스’라고 불리는 토종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하이랜드 커피인데요! 1999년 포장 커피를 전문으로 팔던 하이랜드 커피는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영업을 시작해 현재 300여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며 베트남 1위의 커피 프랜차이즈가 되었습니다. 하이랜드 커피가 베트남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요? 일단 스타벅스의 절반에 가까운 저렴한 가격과 함께 베트남 사람들의 취향에 맞추어 메뉴를 구성한 점이 큽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덥고 습한 기후탓에 찬 음료와 상큼한 과육 주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고, 원두도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는 다른 글로벌 브랜드와 다르게 베트남에서 많이 생산되는 로부스타 원두를 사용합니다. 로부스타 원두는 카페인 함량이 높고 쓴맛이강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우유 대신 연유를 넣어 원두의 맛을 중화시키기 시작했는데요, 이것이 ‘연유 커피’라는 베트남만의 독특한 커피 문화를 탄생시켰습니다. 하이랜드 커피의 시그니처 메뉴인 카페 쓰어다(caphe sua da) 역시 아이스 연유커피로, 현재까지도 자국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베트남 커피 맛에 익숙해져있던 사람들이 해외 브랜드의 커피에 생소함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겠죠? 

‘가장 베트남 다운 것’으로 승부한다

 출처: congcaphe.com

베트남 토종 커피 브랜드를 소개할 때 콩카페(Cộng Caphe)를 빼먹을 수 없습니다.콩카페는 문호 개방이전의 1980년대 베트남 분위기를 구현하는 컨셉으로, 직원의 복장이나 소품 등을 통해 자국민의 향수를 자극하는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습니다. ‘베트남스러움’을 강조한 테마 카페의 등장은 빠르게 변하는 경제와 현대화에 지친소비자들에게 안식처와 같은 공간이 되어주었습니다. 예술가와 젊은이들 중심으로 입소문을 탄 콩카페는 현재 하노이를 넘어 다낭, 호이안, 호찌민등 베트남 주요 지역에 5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규모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베트남 내에 있는 스타벅스보다 많은 숫자로, 전통 스타일 카페의 인기가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줍니다.

비싸도 괜찮아! 분위기와 맛에 이끌리는 Z세대

하지만 변화가 젊은 층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젊은 이들과 비슷하게 입맛이 서구화되기 시작하면서 해외의 새로운 커피를 찾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해외에서 프리미엄 생두를 수입해서 로스팅 하는 ‘로스터리 카페’의 인기를 주목해볼만합니다. 이러한 프리미엄 커피숍의 커피 가격은 로컬 프랜차이즈에 비해 약 두 배 가량 높지만, 피크 타임이 지나도 사람이 북적일 만큼 젊은 층들이 끊임없이 찾아가고 있습니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고품질의 커피, 특히 콜드브루나 아인슈페너와 같은 이색적인 메뉴의 제공이 커피 애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베트남 정부는 갸우뚱?

그런데 베트남 정부는 프리미엄 커피의 인기가 조금 못마땅한 기색입니다. 원두는 베트남의 주력 농산품으로서, 자국 내수 시장 뿐 아니라 커피 수출 시장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베트남내에 생산되는 원두의 90%는 로부스타종이라는 것인데요, 프리미엄 카페들은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원두를 수입해서 들여올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점점 높아지는 수입률을 주시하며 원두 수입 시 반드시 국가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또한 원두에 높은 관세를 부여하고, 불법으로 유통되는 원두를 철저히 감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가격을 감내하고서도 프리미엄 커피를 찾는 고객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해외 원두의 수입 비율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출대세는 인스턴트 커피!

여기서 잠깐. 해외 브랜드는 대부분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한다는데,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그 많은 로부스타 원두는 어디로 수출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답은 인스턴트 커피에 있습니다! 로부스타 원두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90% 이상이 인스턴트 커피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는데요, 쓴맛의 로부스타 원두에 설탕과 크림을 넣어 맛의 균형을 맞춘 인스턴트 커피가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베트남 원두의 수출율이 증가했고, 이것이 인스턴트 커피가 커피 전문점의 매출액을 훨씬 앞서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인스턴트도 프리미엄이 될 수 있다?

 출처: 롯데네슬코리아

하지만 인스턴트 커피 소비자들의 입맛 역시 조금씩 바뀌고있습니다. 실제로 2015년 이후 베트남 소비자들은 인스턴트 커피보다는 원두커피를 선호하는 추세인데요, 아무래도 즉석에서 원두를 갈아 만든 커피가 훨씬 풍미가 깊고 맛도 좋기 때문이겠죠. 이에 따라 여러 인스턴트 커피 브랜드는 갓 갈아내린 원두 커피 맛을 구현하는 프리미엄 커피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수제 가공 방식을 엄선하거나 로부스타종에서 아라비카종으로 원두를 바꾸는 원두 고급화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죠. 베트남 인스턴트 커피 매출 1위를 달리는 네스카페 역시 원두 고급화 전략으로 개발한 ‘네스카페 오리진스’를 선보여 사람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있습니다.

한국 인스턴트 커피는 어떨까?

출처: 마시즘

사실 인스턴트 커피에 관해서라면 한국을 빠트릴 수 없습니다.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믹스 커피’를 개발한 브랜드 역시 맥심이죠! 그렇다면 맥심에 대한 베트남 사람들의 인식은 어떨까요? 믹스 커피에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는 맥심은 깊은 풍미와 부드러운 맛으로 베트남 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다소 높은 가격 탓에 자국 브랜드와의 경쟁력에 뒤쳐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망이 어두운 것은 아닙니다. 현재 한국은 베트남 인스턴트 커피 수입국 3위로, 현지 소비자들의 커피 취향이 글로벌화 되면서 차츰 상승세를 타고 있는 추이입니다. 게다가 완재품뿐 아니라 커피 에센스나 농축물 등의 원재료도 꽤 높은 수입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변화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커피 취향을 주시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베트남 커피 시장에 대한 이야기 어떠셨나요? 베트남 커피 시장은 아직 내수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곳입니다. 게다가 카페 전문점의 경우 사람들과 교류하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성격도 크기 때문에 커피 메뉴로만 사람들을 공략하기는 조금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인스턴트 커피 시장은 오직 커피맛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곳이니, 앞으로의 가능성을 인스턴트 커피에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러분들의 생각도 궁금해지네요 :)